'물가 쇼크' 후폭풍, 미국 이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 일제히 '급락'

(사진=한국경제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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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미국 물가상승 쇼크로 인해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13년 만에 최고치로, 시장 전망치(3.6%)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전문가들도 예상 못 했던 강한 물가 반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쇼크’로 전날부터 하락했던 미 증시는 이날 다시 큰 폭으로 내렸다. 우량주 위주인 다우평균은 -2.0% 하락했고 기술주가 많은 나스닥지수는 2.7% 급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미국 인플레에 대해 우려해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수요 과열은 아직 없는 것 같지만,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는 꽤 있다"며 "국내 부분만 보면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정부 설명이 맞을 수 있지만,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요인은 정부가 통제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열린 아시아 증시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13일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각각 1.3%, 1.6%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2.5% 급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실적 악화와 코로나 확산 조짐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전날 4.1% 폭락한 데 이어 이날 다시 1.5% 하락했다. 한국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1.5% 하락한 데 이어 다시 1.9%가 내려가 7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종가가 8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의 깜짝 상승은 미국의 빠른 코로나 백신 접종, 그리고 이에 따른 강한 경기 반등 기대감이 이끌어냈다. 경제 회복 자체는 나쁠 것이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궤도에 오르면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예정(2024년 이후)보다 앞당겨 인상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초저금리’의 힘으로 많이 올랐던 증시가 충격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2일 보고서에서 “4월 물가 상승률 내역을 보면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비용 등의 상승세는 오히려 둔화했다”며 “물가는 숙박·항공 운임·중고차 등 팬데믹에 큰 타격을 받은 항목 위주로 올랐기 때문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물가를 항목별로 보면 에너지(25.1%), 교통·운송(14.8%) 등 지난해 이맘때쯤 코로나 영향으로 고꾸라졌던 부문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4월 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코로나 충격으로 하락했던 가격이 원래대로 되돌아가며 크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등의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인 3.6%를 크게 웃도는 4.2%에 달했다. 이 소식에 12일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번지며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코로나 이후 연 0.5%까지 하락했다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1.7%까지 오른 후 최근 다시 진정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4월 미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 0.08%포인트 치솟으며 연 1.7%까지 상승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글로벌 시장 금리를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어서, 초저금리의 ‘맛’에 빠진 글로벌 증시엔 악재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은 금융 위기 이후 발생한 ‘긴축 악몽’을 되살리며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경제의 기초 체력은 회복되는 중이고 경제는 강해지겠지만 물가·금리발 충격파가 일단 시장을 때린 이상 안정을 찾아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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