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상속세 12조원 이후 ‘주식상속’은 어떻게?... 이재용,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 가속화 전망
이건희 상속세 12조원 이후 ‘주식상속’은 어떻게?... 이재용,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 가속화 전망
  • 조창용 기자
  • 승인 2021.04.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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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 부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컨슈머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 부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컨슈머뉴스)

지분 상속세만 11조원…미술품은 제외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삼성 일가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한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상속세 규모다. 하지만 이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도 제외한 재산에만 국한됐고 삼성 지배구조를 뒤흔들 '주식 상속' 지분 분할 발표는 보류됐다. 이를 두고 전망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상속인들이 국세청에 신고할 상속세 과세 표준이 약 26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에 유족들은 연부연납제를 통해 5년간 2조원씩 총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하기로 했다. 유족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28일 삼성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 측은 구체적인 이 회장의 유산 규모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주식, 부동산, 미술품, 현금성 자산 등을 모두 합해 26조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2억4927만3200주(4.18%)·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생명 보통주 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 보통주 542만5733주(2.88%), 삼성SDS 보통주 9701주(0.01%) 등으로 주식 가치만 약 19조원에 이른다.

현행 세법에 따라 지분에 대한 상속은 사망일 전 2개월과 사망 후 2개월간 주식 평가액에 최대주주 할증률 20%와 최고세율 50%를 곱한 세액에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 상속세액만 11조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나머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 1245㎡(약 377평)를 포함한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 등을 더해 총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하게 된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상속세는 시세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이 회장이 소유한 가장 비싼 부동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으로 지난해 공시가격이 432억원에 육박한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키로 하면서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작품들의 감정가는 최대 3조원에 달한다.

매년 2조원씩 납부…2026년 종료

유족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상속세 12조원을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신고일로부터 최대 5년간 상속세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연부연납 의무에 따라 유족들은 매년 4월 말 2조원씩, 2026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한다.

연부연납을 해도 유족들은 30일까지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2조원 규모를 납부해야 한다. 이달 이건희 회장, 홍라희 전 관장,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 계열사로부터 받은 1조3079억원의 배당금과 함께 유족이 보유한 현금성 예금과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없이 보유 자산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혹은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달 말 납부하는 1차분은 유가족이 보유한 현금과 금융기관 차입으로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납부액의 재원 마련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상속세에 대해 상속인들은 자신이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 납세 의무에 따라 납부하게 된다.

2011년 반도체 16라인 가동식에 참가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2011년 반도체 16라인 가동식에 참가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故 이건희 회장 감염병 소아암 희귀질환 1조원 기부……미술품 2만3천점도 기증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감염병을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소아암 어린이 환자를 위해 1조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3년 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이 지켜지게 됐다.

28일 삼성 일가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규모와 상속 방법 등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유족들은 이 기부가 고인이 생전에 약속한 사회 환원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뜻을 모았고, 인류사회 공헌과 아동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기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중 1조원 가량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을 통해 '유익한 일'에 대한 환원과 관련해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이 이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의료공헌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 유족이 기부하는 1조원은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이 쓰인다.

우선 기부금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한다.

어린이 환자에 3천억 지원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사진=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사진=삼성)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문화재, 유물·고서·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근대 미술품 1천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미술 작품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간다.

일부 근대 미술 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한다.

'이건희 컬렉션'의 규모와 가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삼성측은 "이 회장이 보유하던 미술품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라며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이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자는 이재용, 생명은 가족분할’ 가능성

한편, 28일 파이낸셜뉴스 전망 분석에 따르면, 삼성가 유족들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상속과 관련, 상속세 납부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삼성물산이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이날 유산 상속방안은 발표했으나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계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 힘을 보태는 내용을 추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의 주식 상속자산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으로 19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유족들이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식 일부를 삼성물산에 증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었지만, 이날 유족들은 12조원의 상속세를 모두 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 부담을 감수하고,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을 경우 법정 상속비율은 부인 홍라희 여사가 9분의 3(6조3000억원), 이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4조2000억원)씩 상속받아야 한다. 다만 이 경우 가족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부회장 개인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의 연결고리가 핵심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을 17.48%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각각 0.06%, 0.7%에 그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유산을 법정 비율대로 분할하기보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몰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은 이 부회장이 갖고, 부동산 등 나머지 유산을 가족들에게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 지분은 유족이 골고루 나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유족들은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냈지만 개인별로 공유지분을 특정하지 않았다. 주식의 경우 아직 분할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유주주로서 대주주 승인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삼성생명법(보험업법)의 국회 통과 여부다. 현재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 3% 초과분은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8%에 대해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지배구조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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