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배우로서 64년 만의 역대 두 번째 연기상...'노매드랜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관왕

윤여정 (출처=영화 미나리)
윤여정 (출처=영화 미나리)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영화 데뷔 50년을 맞은 74세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어 배우 윤여정이 올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는 농담으로 시작했다.

윤여정은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윤여정은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 윤여정은 특히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느냐"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예우를 표했다.

윤여정은 "그저 내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자꾸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 두 아들"과 영화 데뷔작 '화녀'의 김기영 감독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포스터=판시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컷 (포스터=판시네마)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로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 100주년이던 2019년 '기생충'으로 첫 황금종려상(칸영화제)을 품에 안고 이듬해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쥐며 새로 쓰기 시작한 한국 영화 두 번째 100년 역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쓸며 할리우드와 세계 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유일한 성과다.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출연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여우조연상 외 수상에는 실패했다.

'노매드랜드' 포스터
'노매드랜드' 포스터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받았고 감독상 역시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갔다. 감독상 시상자로는 전년도 감독상 수상인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이 통역사 샤론 최와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봉준호 감독은 서울 돌비시네마에서 화상으로 시상에 참여했다.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 에메랄드 페넬 감독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여우주연상은 '노매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각각 받았다. 수상에 성공한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칼이 왔다, 그 칼은 바로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저는 일을 사랑한다,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 최고령 오스카 수상자인 앤서니 홉킨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남녀주연상 수상은 모두 예상과 달라 이번 시상식의 '이변'으로 여겨질 만하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감독상에 이어 여우주연상까지 3관왕에 성공했다.

한편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두 달가량 늦은 이날 개최됐다.

다음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_'노매드랜드'
△감독상_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각본상_에메랄드 페넬('프라미싱 영 우먼')
△각색상_'더 파더'(플로리안 젤러 외1)
△편집상_'사운드 오브 메탈'(미켈E.G. 니엘슨)
△남우주연상_안소니 홉킨스('더 파더')
△여우주연상_프랜시스 맥도맨드('노매드랜드')
△국제극영화상_'어나더 라운드'(덴마크, 토마스 반티베르 감독)
△남우조연상_다니엘 칼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여우조연상_윤여정('미나리')
△분장상_세르지오 로페즈-리베라 외 2명('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의상상_앤 로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음향상_'사운드 오브 메탈'(니콜라스 베커 외 4인)
△음악상_'소울'(트렌트 레즈너 외 1인)
△주제가상_'파이트 포 유(Fight For You)('유대 그리고 블랙 메시아')
△시각효과상_'테넷'(앤드류 잭슨 외3인)
△미술상_'맹크'(도널드 그레임엄 버트 외1인)
△촬영상_'맹크'(에릭 에릭 메세츠미트)
△단편영화상_'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트라본 프리, 마틴 데스몬드 로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상_'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사랑해'(윌 맥코맥 감독 외1인)
△장편 애니메이션상_'소울'(피트 닥터 감독 외1인)
△단편 다큐멘터리상_'콜레트'(앤서니 지아치노 감독)
△장편 다큐멘터리상_'나의 문어 선생님'(제임스 리드 감독 외 1인)
△진 허슐트 박애상_MPTF(밥 비쳐, 노르마 카란자, 제니퍼 조지), 타일러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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