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 반대…내달 일반분양으로 가닥 잡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부정투표 의혹, 반대 조합원 고소건 등으로 대립

[컨슈머뉴스=정진영 기자] "우리도 엄연히 조합원입니다. 이렇게 깜깜이로 모든 결정을 하다니요", "삼성물산이 한 약속을 뭐하나 제대로 지킨게 있나요?".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들)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 3차·경남재건축)’가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일 조합 대의원회의가 열리는 엘루체컨벤션에는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에 날선 대립이 계속됐다. 마침 이날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근무날이었다. 서울 내에 재건축 단지들마다 빠른 사업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있는 상태지만, 재건축의 막바지 단계인 원베일리에서는 조합원간 갈등을 표출됐다.

이날 대의원회는 긴급으로 열린 것으로 안건을 상정할지를 묻는 찬반에 △사업시행(변경)계획 수립의 건 △2020년 결산보고 및 2021년 운영비 예산 승인의 건 △변호사 선임과 관련된 내용 △기반시설 입찰방법 결정의 건 등 7개의 안건이 올랐다. 정작 대의원회 투표용지에는 안정 상정 여부를 묻는 항목이 빠진채 7개의 안건의 찬반을 묻는 용지가 배포됐다. 투표용지가 사전서면결의서와 달랐다.

107명의 대의원회들은 1호 안건인 사업시행(변경)계획 수립의 건에 대해 대부분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 찬성 1명, 기권 1명으로 소수집계됐다. 설계변경과 공사중단으로 인한 100억원 상당의 비용증가(공사비·금융비)와 입주지연 등의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안건의결로 공사는 중단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예정대로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은 이르면 이달 혹은 내달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설계변경·공기연장과 사업비 증가 여부가 분리돼 상정해야 한다"며 "설계변경과 관련해 창호선정을 위한 투표가 부정의혹이 있고 서초구청의 행정지도에 의해 의상결정이 보류됐는데도 이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정의혹은 지난 2월21일 열렸던 조합원 임시총회에서의 일이다. 당시에도 현장투표용지는 사전에 배포된 서면결의서 용지와 달랐다.

문제는 사전에 작성한 적 없는 조합원의 서면결의서가 이미 제출된 것으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기자가 이날 만난 조합원도 부정토표의 당사자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합원 A씨는 "조합원 명부를 확인하고 입장하려는데 '이미 결의서를 냈다'며 입구에서 못 들어가게 막았다"면서 "이후 현장을 경호하는 책임자급과 얘기를 나누더니 입장을 시켜주더라"라고 전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필체와 전혀 다른 사전결의서가 제출된 원본을 직접 보고, 집행부와는 다른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인데, 투표조작이 왠말이냐"며 "이와관련 방배경찰서에 고소를 해놓은 상태이고 조만간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6건의 안건은 7대 3 내지 9대 1까지의 비율로 찬반이 맞섰다. 조합집행부와 의견을 같이하는 다수의 대의원들은 대부분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대 입장인 대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입장을 시도하면서 입구는 한 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반대표가 가장 많았던 안건은 '조합 업무방해 등에 대한 형사 고소사건 변호사 위임계약 체결의 건'이다.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보이는 건건마다 법률사무소 한 곳에서 사건을 수임한다는 내용이다. 한 건당 500만원이라는 금액까지 명시됐다. 해당 법률사무소는 다른 안건에서도 발생사건을 모두 수임하도록 돼있다. 조합은 제안사유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의 카페, SNS, 단톡방, 문자전송 등으로 허위사실 및 거짓선동, 조합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작성 및 동영상 유포 등으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해당인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후, 각 건건마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와의 사건위임 계약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5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을 수주하며 5년 만에 수주전(戰)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바로 한 달 뒤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도 따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왕의 귀환’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뿐 아니라 올해 4월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알짜입지에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인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를 일반 분양한다. 모든 아파트가 준공이 완성되면 일대가 ‘래미안 타운’으로 거듭난다.

건설업계에서는 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삼성물산을 부러운 눈으로 보지만, 재계 일각의 시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악수(惡手)’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포 원베일리의 경우 조합원들과 조합 간의 이전투구 양상이 이어지며 소란스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포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는 경쟁사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등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총수 부재 시기에 삼성그룹과 계열사가 논란이 될 행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공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사업 진행 과정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시각이 많다. 갈등 속에 진행되는 사업은 준공 이후에는 하자보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삼성물산이 잃을 평판까지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수주가 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는 이유다.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통해 분양절차를 밞을 예정이다. 원베일리는 지하4층~지하 35층 23동, 총 2990가구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도 전용면적 49~74㎡의 224가구다. 일반분양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3.3㎡당 566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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