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카카오가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ZigZag)' 인수를 앞 두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및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그재그'(법인명 크로키닷컴)의 최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본사가 신설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와 지그재그를 합병하는 방식의 거래 구조를 고안했다. 이달 중으로 잔여 협상을 마무리하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카카오 내에선 지그재그의 이름을 따 '카카오Z' 프로젝트로 이름을 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카카오가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인정받은 지그재그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탈 등 벤처투자자(VC)들도 지분율에 맞춰 카카오 신주를 교부받거나 현금화할 예정이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회사 설립 직후인 2016년 30억원을 초기 투자해 '대박'을 앞두고 있다. 기존 창업자인 서정훈 대표 외 주요 인력들은 현금화 대신 회사 경영을 그대로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지그재그 양사 모두 협상이 진행돼 왔으나 현재까지 최종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매각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그재그는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상품을 취급하는 것 이외에 통합 결제 서비스와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 서비스로 유통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10월 통합결제 서비스 ‘제트(Z)결제’를 도입했는데 개인사업자(소호)몰이 입점해 있는 지그재그의 편리성을 높인 시도로 평가 받았다. 소비자는 여러 쇼핑몰의 상품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일부 판매자는 제트결제 도입 후 월 매출이 22배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판매자 유입을 위해 고질적인 문제인 정산 주기 단축에도 나섰다. 지난해 5월 부터 대금을 주 단위에서 하루 단위로 정산했다. 몸값 100조를 인정바다은 쿠팡의 입점업체 일부에서 정산 주기와 관련한 불만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지그재그는 물류와 배송 개선에 나섰다. 지그재그에 입점 한 쇼핑몰들이 각자 계약한 물류업체가 따로 배송했다. 소비자는 여러 쇼핑몰에서 한 번에 구입한 상품이 각자 다른 배송업체를 통해 다른 시간에 도착해 불편함을 느꼈다. 지그재그는 이 문제를 CJ대한통운과 손잡으며 해결했다. 지그재그 입점 쇼핑몰 중 제트온리에 속한 쇼핑몰은 재고를 구매하되 입고부터 상품관리, 정리, 포장 배송을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시스템에 모두 맡기도록 했다. 대신 입점업체에는 더 많은 온라인 노출을 보장했다. 그 결과 제트온리 쇼핑몰의 상품들은 평일 오후 9시까지 주문하면 당일배송되고 반품과 교환까지 무료 배송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투자설명서를 수령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으나 예비 입찰에는 주요 후보자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거래액 등 크기 보다는 상품의 다양성과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에 맞춤형으로 접근한 지그재그의 경쟁력을 높이 산 것”이라고 말했다. 지그재그 인수에 대해 카카오 측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