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서울 본사 사옥 (사진=컨슈머뉴스)
포스코 서울 본사 사옥 (사진=컨슈머뉴스)

[컨슈머뉴스=정진영 기자]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이 미얀마 군부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사와 합작을 끝낼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포스코강판은 미얀마경제지주사와의 합작사 보유 지분 70%를 매각하거나 미얀마경제지주사가 보유한 30%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경제지주사의 지분 30%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학살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지배하는 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소식통들은 포스코 측이 강판의 갑작스러운 철수로 수익이 더 좋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철강사업으로 버는 수익은 가스전 사업 수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지난해 미얀마에서 철강사업의 이익은 20억원인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 회사와 함께 하는 가스전 사업으로 번 영업이익은 3천억원에 달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와 같은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길 원치 않는다"며, "미얀마 사업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은 2000년부터 정부 산하 국영석유가스공사와 계약해 20년간 중단없이 추진해온 사업으로 군부 정권이나 미얀마경제지주사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 측의 가스전 수익금도 정부 관리하의 국책은행으로 입금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가 합작 투자 사업을 통해 미얀마 군부 정권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강판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국영 가스공사와 진행 중인 가스전 사업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포스코는 앞서 설립 초기부터 일본 전범기업 도움으로 세워져 논란이 된 바 있다.

6일 포스코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계열사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과 포스코강판의 컬러강판 생산 사업이다. 컬러강판 사업은 포스코강판이 지분 70%를 출자해 설립한 ‘미얀마 포스코C&C’가 사업 주체고, 이 회사의 주요 주주(지분 30% 보유)가 미얀마 군부 정권이 운영 중인 MEHL(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이다. MEHL은 미국의 제재 대상 4곳에 포함된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강판은 MEHL와의 사업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 미얀마군의 로힝야 무슬림 탄압 사건 이후 MEHL에 배당을 중단했으며 쿠데타 이후 사업 관계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외 여론 영향으로 MEHL과의 관계는 청산하는 방향으로 정해졌고 손해를 덜 보는 철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이 군부 정권과 연결되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의 지분 51%를 갖고 있고, 미얀마 국영 가스회사(MOGE)가 지분 15%를 지니고 있다. 회사는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 2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수익은 계약에 따라 미얀마 정부와 가스전 컨소시엄사에만 분배된다”고 했다.

시민단체 등은 MOGE와 같은 국영 기업들이 불투명한 회계를 통해 군부 정권으로 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얀마 사회운동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FM)’는 지난 2월 보고서를 내고 프랑스의 토탈과 미국의 셰브론, 한국의 포스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등 외국 자본으로 이뤄진 천연가스 프로젝트가 미얀마 군부 정권의 자금 출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 철수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미얀마 등 개발국가에 진출하려면 국가 특성상 현지 정부와 합작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가 철수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모든 기업이 미얀마에 대한 수출을 중지해야 한다. 그러면 미얀마 국민이나 기업 직원들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ESG(환경·사회적 투자·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군부 정권과의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앞서, 2019년 JTBC 보도에 따르면, 1969년 한일 양국이 전체 청구권 자금 8억 달러의 15% 수준인 1억 1948만 달러를 포항제철(지금의 포스코 전신) 건설에 투입하는 협약을 맺었다. 청구권 자금 중에서도 3억 달러는 ‘무상 경제협력기금’ 명목이었는데, 포항제철 건설에 가장 많은 금액이 들어갔다.

양국은 포항제철을 신일본제철의 기술로 짓는 데 합의했다. 사업을 수주한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상사 등 전범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JTBC는 “한국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설비 금액만 해도 1억 7765만 달러”라고 밝혔다. 포항제철 건설에 들어간 청구권 자금의 절반 정도가 더 많은 돈이 전범기업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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