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곳 중 90곳 폐업할 수도"

25일부터 '특금법' 시행
은행계좌 발급 의무화 등 신고 요건 까다로워
4개 대형 업체 외 소형 거래소 다수 폐업 불가피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우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25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현재 100여 곳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갖가지 조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한 거래소만 실질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현재 거래소의 90% 이상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5일 시행되는 특금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가상자산 거래소만 영업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신고 조건이 만만치 않다. 이용자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아야 한다.

특히 실명계좌 발급에 실패해 폐업하는 거래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대부분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몸을 사리고 있는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고 위험이 여전히 큰 데다, 관련 인력 충원 등 내부적인 부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과 계약을 하고 거래소 계좌를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해 이용자에게 현금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국내 단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래소 대부분은 이른바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 계좌로 투자자의 입출금을 관리해 투자자 자금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노출돼 왔다.

물론 예외 규정에 따라 거래소가 현금 입출금 서비스(원화마켓)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실명계좌가 없어도 거래소 운영은 가능하다. 하지만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하면 결국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고 결국 폐업 수순으로 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신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거래소가 많아봐야 10개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4곳을 제외하면 고팍스 정도가 BNK부산은행 등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은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상장 종목에 대한 점검에도 한창이다. 거래 내용 파악이 어려워 자금세탁 위험이 큰 이른바 '다크코인'은 앞으로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업비트와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도 다크코인 거래 서비스 지원을 종료했다.

투자자도 거래소 '옥석 가리기'에 직접 나서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거래소 신고 유예기간이 6개월간 주어지기 때문에, 오는 9월까지 신고를 하지 않는 거래소 이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기존 사업자의 경우 폐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고 상황과 사업 지속 여부 등을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며 "신고가 되지 않은 사업자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이용 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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