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컨슈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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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협력회사 동원
머릿수 늘려 당첨확률 높여
10년간 5개사가 30% 가져가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분양할 때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벌떼 입찰’ 방식으로 당첨 확률을 높였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실질적으로는 같은 회사지만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나 협력회사를 동원해 여러 회사가 참여한 것처럼 해서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단순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선 많은 업체의 명의로 참여할수록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2008~2018년 LH 아파트 용지 입찰 참여 및 당첨업체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중흥토건·우미건설·반도건설·제일건설 등 5개사는 해당 기간 중 473개 필지의 입찰에서 142개 필지(30%)를 가져갔다. 호반건설은 한 개 필지 입찰에 관련 업체 29곳을 동원한 경우도 있다고 송 의원은 전했다.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토지 대금의 10%를 준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일부 건설사는 벌떼 입찰에 참여하는 관련 회사에 단기 대여금 형태로 돈을 빌려줬다. 제일건설에선 2013년 23억원이었던 단기 대여금이 2019년 2569억원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실적이 있는 협력업체까지 벌떼 입찰에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흥건설과 함께 중흥S클래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중흥토건은 지난해 대한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로 올랐다. 이 회사의 2014년 순위는 82위였다. 중흥토건은 2019년 매출액 1조4730억원에 영업이익 268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80%, 영업이익은 952% 급증했다.

반도건설은 2014년 57위에서 지난해 14위로 상승했다. 제일풍경채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제일건설은 2014년 94위에서 지난해 31위로 뛰어올랐다. 제일건설은 2019년 매출액 9710억원에 영업이익 134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한 영업이익은 505% 증가했다.

일부 업체는 공공택지 입찰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덩치를 줄이고 있다. 중흥토건이 속한 중흥건설그룹은 2017년 62개였던 계열사 수를 2019년 34개로 줄였다. 중흥건설그룹의 2019년 말 자산총액은 8조4200억원이었다. 총자산 10조원을 넘으면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계열사를 동원한 공공택지 입찰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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