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윤 원장 자진사퇴 거부하자 "대통령이 해임해달라" 요구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컨슈머뉴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컨슈머뉴스)

[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금융감독원 노조는 윤석헌 원장이 자진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청와대에 특별감찰을 요청하며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용비리 직원을 승진시킨 정기인사로 촉발된 이후 법적투쟁까지 예고하고 있어 인사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윤석헌 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감찰 및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은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한 김모 팀장이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음에도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게을리했다"며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오창화 노조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윤 원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조롱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특별지시까지 어기며 채용비리 가담자를 승진시킨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노조는)위와 같은 부조리에 대해 윤 원장이 책임지고 연임 포기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원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는 조속히 윤 원장을 해임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영풍관으로 이동해 윤 원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요청하는 청구서를 민원실에 제출했다.

노사 간 갈등을 촉발한 건 지난달 19일 단행된 금감원 정기인사 때문이다. 금감원은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A팀장을 부국장으로, B수석조사역을 팀장으로 승진 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A씨는 2014년 국회의원 아들에게 채용 특혜를 줘 '견책' 징계를, B씨는 2016년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이 합격하도록 조작하는 등 채용비리 3건이 적발돼 '정직'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노조는 채용비리 문제로 3급 이상 직급의 정원을 35% 미만으로 낮추고, 상여금을 삭감 등 전 직원이 연대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채용비리 연루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진시키자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피해자들에게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도, 금융사 돈으로 지급해 금감원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최근 일각에서 오는 5월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노조가 윤 원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 정부가 중요시하는 '채용비리'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금감원장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 및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윤 원장은 앞서 노조가 거취표명 기한으로 제시한 지난 5일 노조 사무실을 찾아 노조와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윤 원장은 국장급 이하 인사는 실무자에게 맡겼다는 취지로 언급했으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 연임 포기를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문제 직원들의 고과가 좋고, 채용비리에 대한 징계와 승진제한이라는 조치를 이미 받아 승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부원장 4명도 내부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의 실망에 깊이 공감한다"며 인사제도의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노조의 반발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노조는 이번 인사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의 특별감찰 청구 이후에도, 법적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져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오 위원장은 "윤 원장은 채용비리 직원 승진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연임 포기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에 이어 검찰 등 사법당국을 통해 법적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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