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김범석 의장 (사진=유튜브 캡처)
가운데 김범석 의장 (사진=유튜브 캡처)

[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쿠팡은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소개하며 "상장 후에도 우리는 혁신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새벽배송과 친환경 배송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쿠팡은 장기적인 비전을 목표로 성장을 거듭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 의장은 흑자 전환 시기에 대한 질문엔 '장기적인 고객가치'를 강조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1960년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로 1인당 GDP는 79달러에 불과했지만 한강의 기적을 통해 글로벌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됐다”면서 “한국의 성장에 쿠팡이 한 획을 긋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는 쿠팡의 상장을 기념한 대형 현수막과 함께 태극기가 걸렸다.

김 의장은 이날 뉴욕증시 '오프닝벨' 행사에 참여해 개장 벨을 눌렀다.

한편 쿠팡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CPNG’라는 종목 코드로 첫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다. 뉴욕 증시 신규 상장주는 바로 거래가 되진 않고 오후부터 거래가 시작된다.

11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쿠팡Inc가 현지시간으로 11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11시30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거래가 시작됐다. NYSE는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증권거래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쿠팡의 종목 코드는 ‘CPNG’로, 한국 시장을 주 무대로 삼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가 NYSE에 상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을 끈 쿠팡 공모가는 주당 35달러(약 3만9893원)로 정해졌다. 쿠팡이 최초 제시한 희망범위인 27달러~30달러, 상향 조정한 32달러~34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확정된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유통사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글로벌 테스트베드(시험공간)로 ‘공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쿠팡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업계 전반에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는 업체들도 자신의 일처럼 고무된 이유다.

희망가의 최상단을 뚫은 흥행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물류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물론 강한승·박대준 공동대표 등 쿠팡 수뇌부는 모두 미국 뉴욕 맨해튼 모처에 머물며 글로벌 투자기관들을 상대로 한 ‘로드쇼’(투자설명회)에서 이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바다 건너에 있는 국내 거주 임직원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상장 기념식을 화상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다. 최근 쿠팡맨들에게 NYSE 상장을 기념하는 타종 행사 등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웹캐스트 링크, 접속 비밀번호 등이 적힌 초대장을 이메일로 발송한 것이다. 경영관리총괄인 강 대표는 임직원을 초대하며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낸 일은 앞으로 이뤄낼 또 다른 성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타종식은 거래소 개장 또는 폐장을 알리는 종을 울리는 의식이다. 오프닝 벨은 주로 당일 신규 상장하는 회사 임직원이 치며 일종의 신고식에 해당한다. 오프라인 객장에서 증권 브로커의 환호 속에 진행되던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1인당 평균 200만원 상당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게 되는 쿠팡맨 상당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상장 첫날 주가 흐름과 들뜬 분위기를 만끽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쿠팡과 자회사 등에 재직 중인 직원(계약직 포함)은 약 5만 명이다. 쿠팡의 정규직 배달기사는 “세계적인 기업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첫 거래일 폐장 이후 뉴욕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업공개(IPO)로 5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조달한 만큼, 향후 투자 계획도 자연스레 언급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쿠팡이 손대고 있는 업종 모두 경쟁이 뜨거워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금 사용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쿠팡을 있게 한 원동력이자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풀필먼트(주문·입고·보관·배송 과정을 통합하는 것) 시스템 강화에 자금을 대거 풀 가능성을 1순위로 꼽는다. 음식 배달서비스(쿠팡이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라이브커머스(쿠팡라이브) 등에도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앞두고 미국에서 공개한 회사 소개 영상에서는 광고, 여행 분야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나 이베이코리아 등 매물로 나온 관련 업체들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평가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누적적자가 41억달러(약 4조67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전자상거래 1위인 네이버와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반쿠팡 연대’란 기치 아래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규제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불안요소다. 쿠팡은 최근 국회 및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지적받은 선불충전금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줄이기에 나섰다. 상장을 코앞에 둔 시기 파이낸셜타임즈는 “(잇단) 노동자의 사망으로 쿠팡의 상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며 “장기적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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