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속속 '완판' 행진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분양 중인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 단지 중앙광장 전경. (사진=부영주택)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분양 중인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 단지 중앙광장 전경. (사진=부영주택)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집값이 급등하며 패닉바잉(공포매후) 현상이 증가한 데다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그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만7130가구로 전월(1만9005가구)보다 9.9%(1875가구) 감소했다. 1년 전 4만3268호에 비하면 60.4% 줄었다. 2000년 관련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은 1861가구로 전월(2131가구)보다 12.7%(270가구), 지방은 1만5269가구로 전월(1만6874가구)보다 9.5%(1605가구) 각각 줄었다. 서울은 49가구에 불과했다.

미분양관리지역도 6곳에서 강원 원주시, 충남 당진시, 전남 광양시, 경북 김천시, 경남 거제시 등 5곳으로 줄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경기도 양주시와 경남 창원시는 관리지역에서 해제돼서다. 다만 전남 광양시가 미분양관리지역에 새로 추가됐다.

미분양 주택은 분양시장과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미분양 소진은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09년 분양 후 11년째 미분양이던 경기 고양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작년 말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었다. 10년 가까이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던 용인 수지구 ‘성복힐스테이트&자이’(3659가구)도 비슷한 시기에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경기도 양주시의 미분양 감소폭은 93%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629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은 한 달 만에 42가구로 93.32% 감소했다.

양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서울이나 타 수도권 지역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들어오면서 기존 단지는 물론 미분양 아파트 물량까지 줄고 있다”며 “서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어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들이 특히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창원 마산구에서 주택을 중개하는 윤모 중개사도 “지난해 11월까지는 서울·부산 등에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집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묻지마 투자’도 꽤 했는데 12월에 들어서면서 실수요자들이 뛰어드는 분위기”라며 “집값이 너무 뛰어 기존에 모았던 자금으론 집을 사기 힘들어 미분양 주택이라도 택하려한다는 매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분양 시장까지 들썩이는 것은 시장이 원하는 물량만큼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22만7000여가구로 올해(27만996가구) 대비 약 16% 줄어든다. 특히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000여 가구로 지난해(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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