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현지 기자]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업종을 막론하고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생수 브랜드 '스파클'과 '아이시스' 등에선 라벨스티커 없는 생수를 출시해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였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경우와는 달리 대다수 대기업의 친환경 프로젝트에는 소비자가 불편해할 요소가 숨어 있었다.

사진=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리필스테이션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리필스테이션 모습 (사진=컨슈머뉴스)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에선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샴푸,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 다 쓰면 커다란 용기 쓰레기가 나왔던 제품들의 내용물을 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 리필스테이션은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이마트의 경우 '이마트 성수점', 신세계백화점은 '명동 본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방문해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용 용기'가 꼭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리필스테이션을 찾았다가 또 다른 용기를 소비해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세계백화점과 아모레스토어의 경우, 어떤 용기로도 다 리필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전용 용기 없이는 이용이 불가능하게 해놨다.

전용 용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스토어 직원은 "가져온 용기가 세척이 잘 되지 않은 경우 내용물이 오염될 수 있지만, 전용용기의 경우 스토어에서 청결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교차오염 위험이 적다."라며 "용기를 한 번만 구매하면 추후에도 여러번 리필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용기는 지정된 리필스테이션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낮다. 까다로운 사용방법과 뜻하지 않은 물건을 사게 되는 점은 많은 고객이 내용물만 사기 위해 들렸다 발길을 돌린 까닭이 됐다.

사진=컨슈머뉴스
롯데슈퍼 '초록지킴이 존' (사진=컨슈머뉴스)

롯데마트는 마트 내에 '무궁화와 함께 하는 지구 살리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초록지킴이 존'을 신설했다. 이곳에선 친환경 공용기와 스파우트캡을 제거한 파우치형 세정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파우치제품을 구매해 용도에 맞는 용기에 넣어 사용하라고 설명이 돼 있다. 하지만 공용기를 대체할 용기가 없거나 공용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스파우트캡이 없는 파우치형 세제를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사진=컨슈머뉴스 알맹상점에서 세제를 리필하고 있다
알맹상점에서 세제를 리필하는 모습 (사진=컨슈머뉴스)

한편, 제로웨이스트라이프가 중요시되면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알맹성점'이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샴푸부터 드레싱까지 소비자가 들고 온 아무 용기에나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알맹상점에 빈 용기를 가지고 가면 상점 측에서 용기 소독을 해주며, 소독이 완료된 뒤에 상품을 담아갈 수 있다. 이곳에선 용기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친환경 용기를 사지 않아도 된다. 

결국, 대기업들이 '친환경'과 '제로웨이스트'를 강조하며 새로운 용기를 사게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전략이었는지, 친환경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한 결과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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