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파워 주가 1년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선파워 주가 1년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친환경 투자 열기가 이어지며 '녹색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친환경주'로 분류된 일부 기업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다.

20(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친환경 관련 자산에서 과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30개 친환경 종목을 추종하는 S&P글로벌클린지수는 지난해에만 가치가 2배 가까이 뛰었다. 그 결과 이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까지 올랐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PER인 23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CEO는 "지금은 100% 녹색 버블"이라면서 "내가 보고 있는 거의 모든 태양광 회사들의 실적은 악화했지만 주가는 세 배나 뛰었다. 정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태양광회사 선파워가 대표적인 예다. 1년 전만 해도 7달러에 거래되던 이 주식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급등하더니 올해 1월엔 54달러를 뛰어넘었다. 2월 들어서는 오름폭을 일부 반납해 19일에는 37.76달러에 마감했다. 그래도 1년 동안 5배 넘게 올랐다.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덴마크의 오스테드도 비슷하다. 미약한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투자자들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면서 주가가 3년 동안 3배 가까이 뛰었다.

크레딧스위스의 마크 프레쉬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향후 30년 동안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대전환이 이뤄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데에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해상풍력 환경 문제로 인해 좌초되거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가능한 해저 자원개발권을 몽땅 사들일 수 있다는 점은 중대한 위험요인이라고 짚었다.

수소연료 회사 플러그파워도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 치솟은 종목이다. 바클레이즈의 모세스 수턴 애널리스트는 플러그파워의 시가총액이 250억달러까지 불어나 올해 매출 전망치의 8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내재 가치를 크게 웃돈다는 평가다. 그는 현재 플러그파워를 1999년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비교하기도 했다. MS는 닷컴 붕괴 후에도 시장 리더로 남았지만 당시 주가를 회복하는 데에는 10년 이상 걸렸다고도 설명했다.

단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의 콜린 루쉬 애널리스트는 "경제 핵심 활동 연료가 수소연료로 전환하면 플러그파워가 1000억달러 이상 가는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투자는 지난 몇년 새 월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한 투자를 향한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친환경 투자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막대한 자금이 이른바 '착한 투자'로 쏟아지고 있다.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에만 3500억달러(약 387조원)로 직전해의 1650억달러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루쉬 애널리스트는 "초반엔 수익률이 좋은 몇몇 ESG 펀드가 관심을 받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 전반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연하게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부문에서 소비자 수요도 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정부, 가정은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에 5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배가되면서 녹색 투자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친환경 투자를 정책 우선순위로 내세우면서 수조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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