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29배 의결권 확보...안정적 경영권 행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투자·고용 확대 계획 밝혀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최강자 쿠팡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했다. 미국 증시행의 배경에는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한 '차등의결권'이 자리한다. 김 의장은 강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공동창업주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20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의결권이 차등화된 여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은 외부의 인수·합병(M&A) 시도를 견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쿠팡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쿠팡은 미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손꼽힌다.

쿠팡은 상장 신청 서류에서 "현재 우리의 자금 지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성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 시장 침투율이 낮은 주요 상품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쿠팡에 등록하도록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켓 프레시, 쿠팡 이츠, 쿠팡 페이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작년 한 해만 2만5000명을 채용했다"며 2025년까지 5만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쿠팡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13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7조1000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6000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 등 총 1434만1229달러(158억원 상당)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총 2764만여달러(약 30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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