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제 각 부문 동시 부채 위기 '경종' 울려

(사진=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증시 주변 100조 대기, 70조에 이른 예탁금 덕에 코스피 3000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빚투'의 그림자는 결국 짙어지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 투자권 '버블'은 실물경제 부채 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2873억원으로 지난달 31일(65조5227억원) 대비 4.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처음으로 65조를 돌파한 지 약 한달 보름 만에 68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유동성에 힘입은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신축년 새해 두 번째 거래일인 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57%(46.12포인트) 오른 2990.57로 마감하며 3000선 도달까지 불과 9.43포인트(0.32%)만을 남겨뒀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093억원, 5390억원을 매도했고, 개인이 727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일반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으로, 연말에 줄어든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4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3523억원으로 지난달말 대비 1309억원이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5일 기준 ▲철강금속(5.80%) ▲건설업(4.07%) ▲비금속광물(3.40%) ▲음식료업(3.14%) ▲통신업(2.75%) ▲증권(2.25%)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한 반면, ▲의료정밀(-0.43%) ▲종이목재(-0.17%)는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대웅(25.75%) ▲삼성에스디에스(14.25%) ▲고려아연(12.72%) ▲대우건설(12.43%) ▲현대로템(10.18%) 등이 강세를 보였다.

한편, 국내 부채의 증가가 심상찮아 마냥 증시의 고공행진이 반갑지만 않다. 부채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0%까지 낮췄고, 정부 또한 총 300조원 이상의 재정과 정책자금을 풀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301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919조원(명목)의 1.57배에 달한다. 가계 부채가 1682조1000억원, 기업 부채가 1332조2000억원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현재 가계 부채는 168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명목·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대비 가계 신용의 비율은 101.1%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를 넘겼다. 1년간 국가 전체가 벌어들이는 돈 1700조원으로도 가계 빚을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조사 대상국 중 레바논(116.4%)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레바논은 폭발 사고 충격으로 GDP가 급감한 나라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1위였던 셈이다. 자금순환표상 가계의 대출금과 정부 융자, 기업의 대출금과 채권, 정부 융자 등을 포함한 전체 민간 신용은 GDP 대비 211.2%로 작년 3분기보다 16.6%P(포인트) 상승했다.

빚으로 연명한 좀비 기업들의 붕괴도 한국 경제의 차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계 부채만큼이나 기업 부채 또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액을 포함해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3분기 기준 기업대출은 133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이같이 민간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우리나라 민간 부문 빚 위험도를 11년 만에 '주의'에서 '경보'로 격상했다. 코로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정책 자금 지원이 민간 부채로 누적되고 있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BIS의 판단이다.

5일 공개된 '2021년 범금융 신년인사회' 신년사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으나 실물-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위기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부채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주열 한은 총재도 "올 한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모든 것을 재설정한다는 '그레이트 리셋'의 비상한 각오로 혁신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경제 각 부문에서 한 목소리로 부채 위기를 경고하고 나섬으로서 이제 본격적인 버블의 폭발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렸다. 증시 3000피 시대가 버블 경제의 조종을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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