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용 컨슈머뉴스 대표/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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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대신에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했다. 과거 같으면 배민과 요기요를 동시에 가져도 시장 자체가 배달 위주가 아닌 까닭에 독점의 폐해를 거론할 수 없어 인수합병에 별 문제가 안됐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배민과 DH가 보유한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합한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9.2%다. 공정위가 결합을 그대로 승인했다면 주문금액 10조 원에 달하는 배달앱 시장이 한 회사로 넘어가는 셈이다. 독과점이 너무도 명백해 전통적 시장이라면 공정위가 큰 고민 없이 결합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수를 추진한 DH 입장에서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역동적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점유율 90%가 넘어 ‘배달 공룡’으로 불리고 있지만, IT업계 전체의 ‘공룡’인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이 수백억 원을 투자하면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지위가 확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결합 후 오픈마켓 점유율 70%를 넘어서는 지마켓-옥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하기도 했다. 오픈마켓 공룡의 출현으로 입점업체의 수수료가 오르고 소비자 편익이 줄거란 우려와 다르게 현재 오픈마켓 시장은 네이버라는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하면서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10년 전 오픈마켓 빅딜을 승인했던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에 대해서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가장 큰 이유는 오픈마켓 때처럼 이른 시일 내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위의 독과점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공정위 정책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배달앱이 지배하는 유통 시장을 거슬러 역진하는 정책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공정위는 28일 DH가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전부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길어도 1년 안에 지분 전부를 제3자에 팔아야 하고 그때까지는 요기요의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수료율이나 프로모션에 변화를 줄 수 없도록 했다.

‘조건부 승인’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기존의 한국 사업을 정리하라는 강력한 구조적 조치를 담고 있어 사실상 두 배달앱의 합병은 불허한 거라고 할 수 있다. 둘을 합치면 배달앱 시장에서 강력한 독점이 형성돼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가 불가피하단 논리다.

사실 배민-요기요 합병은 처음부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았다. 배달앱 수익 대부분은 음식점 몫인데 소상공인들은 합병 후 수수료가 더 오를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위를 압박했다. 시장 논리보다 정치적인 고려가 더 많았던 셈.

특히, 자영업자 처지에서는 인수 측인 요기요의 수수료가 피인수 회사인 배민에 비해 더 비싸서 합병하면 수수료가 오를 거란 생각을 하기 쉬웠다.

여기에 배민이 올해 초 수수료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일부 음식점의 수수료 부담이 커져 수수료 인상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은 지역 내에서 배민 광고를 많이 하는 사업자가 주문을 독과점하는 관행을 개선하려던 것으로, 새로 진입하는 음식점에는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배달 물량이 많은 사업자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데 비해 광고 효과는 줄어 큰 반발을 불렀다.

공정위가 결합 심사에 들어가면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 오해를 사기 충분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 등에서는 공정위가 이 결합을 승인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았다.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실제로 공정위 당국자가 나서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배민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를 포함해 복잡한 이익단체들의 입장을 다 고려한 공정 정책으론 제대로 시장을 반영하지 못할 뿐더러 계속 오락가락 하다가 역풍을 맞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동적 시장 상황을 속도감 있게 대처 가능한 가변성 정책으로 급선회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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