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와 얼굴

 

[프로컨슈머뉴스 고훈곤기자]사람의 건강상태는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건강하지 않다면 혈색이 좋지 않고 눈 밑에 다크써클이 늘어져 있을 것이며, 장기 어느 부분이 안 좋으면 그 부위 얼굴에 뾰루지가 나든가 한다. 그 정도까지 깊어진 병이 아니더라도 뭔가가 잘 안 풀리든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미간이 찌푸려지고 뭔가 그늘이 보이게 마련이다.

회사는 재무제표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은 얼마나 나는지, 현금흐름은 어떤지, 부채비율이 얼마며 얼마를 벌어서 축적해 놓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굳이 따진다면 얼굴보다 건강진단서에 가깝긴 하지만 아파도 겉으로 웃으며 걱정거리를 숨기는 얼굴처럼 재무제표도 항목을 살짝 옮겨놓는 다거나 재고 조정을 한다든가 해서 어느 정도 표정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도 깊은 병은 숨길 수 없듯이 재무제표도 중요 항목까지는 숨길 수 없다.

그럼 왜 회사는 표정관리를 해야 할까? 사람이 아픈 얼굴로 친구에게 돈을 빌리러 간다면 건강이 걱정되는 친구에게 선뜻 돈을 빌려 줄 리가 없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신규대출을 해야 하거나 대출연장을 해야 하는데 은행에서는 재무제표를 보고 대출을 해 줄 수 밖에 없다. 친구 얼굴상태를 보고 돈을 빌려 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처럼.

재무제표를 표정관리 한답시고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개한 기업은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비상장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식회계를 한 회사가 살아남은 곳이 없다. 법인의 얼굴은 재무제표이므로 그 얼굴이 밝고 건강하게 보이려면 실제로 그래야 하고 각 항목에 신경 써서 경영을 하다 보면 실제 건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대부분은 매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제표가 어떻게 되는지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꽤 뚫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대외적인 업무에서는 재무제표가 회사의 모든 면을 말해주기 때문에 세무사에게 맡겼다고 그냥 둘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회사에서 경리부직원이 보내주면 세무사 사무실에서는 그걸 정리만 해주기 때문에 누군가의 실수로 수치나 항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성과가 궁금하면 손익계산서, 재무상태가 궁금하면 재무상태표, 주주자본의 변동내역과 벌어놓은 돈의 행방이 궁금하면 자본변동표와 현금흐름표, 회사가 번 돈이 어떻게 처분되었는지 궁금하면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등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비단 내 회사뿐만 아니라 남의 회사 재무제표를 볼 일이 있을 때도 내 회사 재무제표를 자주 봐 놔야 한 눈에 금방 알 수가 있다.

우리 회사 손익분기점은 어디일까? 손익분기점은 영업이익이 0이 되는 매출액으로서 영업이익이 제로(0)이라는 것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이 고정비총액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사의 고정비를 공헌이익률로 나누면 손익분기점이 된다.

회사를 M&A 할 일이 생기면 가장먼저 재무제표를 보고 만족해야 실사를 하기에 회사의 얼굴인 재무제표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껍게 화장을 하면 실사에서 다 드러나지만 가볍게 기초화장 정도는 해야 한다.

올해 매출이 많아 당기 순익이 너무 많아진다든가 하면 거래처와 협의하여 차기로 넘기는 것도 재무제표를 건전하게 하는 것이다. 큰 이익이 났다가 다음해에는 손실이 났다가를 반복하면 누가 든든한 회사라 하겠는가?

눈 여겨 볼 항목 중 하나가 주임종대여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이 대여금은 실제 암적인 존재다. 세무조정을 할 때에도 차입금 이자를 경비처리를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고율의 이자를 대표에게 계속 부과하기에 빨리 처리해야 할 항목이다.

밝고 건강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술과 담배를 끊고 좋은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 몸이 실제로 건강해 지듯이 건강한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도 건강해 진다.

- 박필수 SR컨설팅(주) 대표 프로필 -

현. SR컨설팅(주) 대표이사

WMC자산운용 한국자문위원

(주)주림리츠자산관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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