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적, 20년 전 '납치대학생 비난 사건'을 통해 현재의 저널리즘의 쇠퇴를 선명하게 그려내

그들의 적
그들의 적

[프로컨슈머뉴스] 디렉터그42는 연출가 마두영, 번역가 겸 드라마터그 이홍이, 마정화로 구성된 팀으로 번역극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해결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작품을 국내에 두루 소개하고자 하는 팀이다. 지난 해 겨울 <상처투성이 운동장>으로 호평을 받으며 배우이자 연출인 마두영의 역량을 인정받은 디렉터그422017년 선택한 작품은 <그들의 적>이다.

<그들의 적>1991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납치 사건을 기본바탕으로 그 이후의 이들의 삶에 대한 상상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원작자인 세토야마 미사키는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2016년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의 조작과 왜곡을 통해 프레이밍함으로써 대중들의 여론은 무서울 정도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을 무대에 모니터의 영상으로 표현하며 또 다른 연극의 문법의 프레이밍을 시도한다.

<그들의 적>은 연극이 또 다른 폭로의 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연극의 사회적 의미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가치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우리 모두일 것이다.

언론의 프레이밍이라는 주제를 통해 언론뿐만이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는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정답을 내리지는 않지만 국가는 국민을 어디까지 보호해줄 수 있는지,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 개인의 잘못을 다수의 대중들이 심판하는 것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언론의 잘못된 방향 제시로 인해 대중은 얼마만큼 공포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 경험하고도 그런 사회에 순응하며 산다는 것이 정말 잘못된 건지 등 수많은 질문들을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고자 한다.

사실(fact)과 진실(truth) 그리고 허구(fiction)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을 통해 관객들은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 받게 될 것이며, 실제 삶에서의 이 경계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1991년의 일본 와세다 대학교 학생들의 피랍 사건의 현장과 그 인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통제구역의 허가를 받아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폭로의 현장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연극계에서 유망한 박용우, 이형훈, 이동혁 등의 실감나는 연기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배우 겸 연출가인 마두영의 장점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작품 <그들의 적>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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