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건조기에 먼지가 낀다고 인증하는 게시물. (사진=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캡처)
▲ LG 건조기에 먼지가 낀다고 인증하는 게시물. (사진=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캡처)

[컨슈머뉴스=오영주 기자] LG전자의 의류건조기 ‘트롬 듀얼 인터버 히트펌프’(이하 건조기) 결함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초 회사 측은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내세우며 수습에 나섰지만, 들끓는 소비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며 이마저도 연기한 상태라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와 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이하 밴드)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지난달 말로 예정된 건조기 개선책 발표를 이달 중순으로 연기했다. 집중 조사에 돌입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LG전자 CS팀장은 지난달 30일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 냄새, 위생 등에 관해 집중 적으로 살펴봤다”며 “응축수와 잔수, 녹 관련 문의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콘덴서 문제만 발표하기에는 소비자들에게 혼선만 빚을 것 같았다”며 “기관에서도 조사 중에 있는 만큼 살펴볼 사안들이 많아 (개선책 발표)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8월 중순 이후부터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이른바 ‘먼지 건조기’ 논란은 지난달 초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먼지가 쌓이고 의류에서 악취가 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며 촉발됐다.

이에 건조기 구매 후 이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모여 밴드를 개설해 먼지나 악취, 제품 결함 등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했다. 이 밴드에는 8일 오전 10시 기준 3만946명이 가입돼 있다.

또 지난달 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소비자 우롱하는 **건조기 리콜 및 보상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7일 종료됐는데, 3만4440명의 동의를 받았다.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자 LG전자는 지난달 9일 ‘10년 무상보증’을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회사는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먼지가 있더라도 의류 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 결함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밴드에 따르면 밴드 대표자들은 지난 24일 LG전자를 방문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미팅을 가졌다. 밴드 측은 밴드 리더를 비롯한 스탭 3명, LG전자 측은 개발연구실장, CS팀장, 법무팀장, 소비자정책책임, 연구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밴드가 제공한 미팅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시작된 미팅은 LG전자의 콘덴서 구조설명 이후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 먼지 및 악취 현상과 관련된 설명과 함께 7월 중 해결 대안 발표 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소비자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LG전자 건조기 관련 접수 상담 건수는 약 2700건에 한다. 같은달 1~18일까지 약 14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는데, 한 달도 채 안 돼 특정 제품에 10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된 것은 이례적이다.

소비자원은 실제 소비자가 사용한 LG 건조기 50개를 분해해 제품 배부를 조사하는 등 결함 문제를 확인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LG 건조기 과장 광고 등을 조사하기 위해 회사 측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LG 건조기 논란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밴드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폭주하고 있었다. 밴드에는 회원가입을 위한 제품 인증과 먼지 등 결함 사진을 게시한 사진이 1만7600여장에 달한다.

또 회원들은 게시물과 채팅을 통해 서비스센터 수리기사 방문, LG전자 서비스센터와 통화 등 각각 경험한 사례 등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LG전자의 개선책 발표 연기에 분노한 회원들은 “무조건 환불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밴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G전자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3만명의 회원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 회사 쪽에서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과도 없이 형식적인 내용만 보내고 있으니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년 무상보증이라고 하지만 뜯고 분해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불편을 주는 것”이라며 “LG전자는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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