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트윈타워.
▲ LG트윈타워.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LG그룹 내에서 생활가전, 디지털 기기 등의 전자기기 제조 회사인 LG전자의 직원들이 해외에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회삿돈 수십 억원을 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LG전자는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아직까지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는데도 여태껏 사건을 공시하지 않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전 직원 A씨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홍콩에 유령법인을 만들어 부품을 납품한 뒤 ‘통행세’를 가로챘다.

통행세란 거래 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 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둬 이들 회사에 중간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행위다. 이는 공정거래법에서 부당지원행위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다.

2008년 당시 홍콩 생산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는 부품 공급 과정에 개입해 중간 이득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LG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유령법인을 신설한 뒤, 부품업체와 LG전자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 사이에서 부품단가를 부풀린 견적서를 LG전자 ODM 업체에 제시해 차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부품업체에게 기존과 같은 가격에 부품을 납품 받은 뒤 ODM 업체에 더 비싼 가격에 공급한 것이다.

특히 A씨는 2010년 LG전자 동료인 B씨와 함께 LG전자 ODM 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리베이트를 챙기기도 했고, 부당하게 취득한 돈을 해외에 은닉하기 위해 B씨의 배우자 계좌에 송금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LG전자의 오디오 관련 제품 중 ODM 업체를 통해 생산한 수량은 111만개다. 이 중 74만개에 달하는 수량이 A씨의 유령법인에서 납품한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LG전자로부터 유령법인을 통해 140만달러의 통행세를 챙겼다. A씨가 3년간 유령법을 통해 LG전자로부터 챙긴 통행세와 리베이트는 약 21억원에 달한다. 함께 공모한 B씨의 리베이트까지 포함하면 약 25억원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와 B씨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LG전자도 이들의 범행으로 손실을 입었지만 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LG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공시를 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LG전자 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