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치닺는 르노삼성노조, 그리고 선택않는 '소비자'
'벼랑 끝'으로 치닺는 르노삼성노조, 그리고 선택않는 '소비자'
  • 정성환 기자
  • 승인 2019.04.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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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노사, 기업의 제품에 소비자는 선택으로 지갑열어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요구에 대해 회사 측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에 빠진 상태다. 

그뿐만 아니다. 노사가 대립하는 사이 르노삼성차는 생산·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위기와 추후 생산량 확보 불투명, 지역 협력업체 위기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6월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5차례에 걸쳐 마주 않아 합의점을 찾았지만 아직까지도 접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과 공장 추가 인원 투입, 근구강도 완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인사경영권을 ‘협의’에서 ‘합의’로 전환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는 '경영(인사)권 침해'라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회사 측의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르노삼성차는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노조 집행부의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이어 “부산공장은 생산 물량의 65%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2교대 고용 유지를 위해서라도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면서도 “노조 집행부의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사경영권 합의 요구가 파업을 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요구하는 인사경영권 협의를 합의로 전환하자는 요구는 사측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양보없는 노사?...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소비자는 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 부분 파업에 돌입한 이후 지금까지 약 6개월간 60차례, 242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이 기간 누적 손실금액은 약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오는 29일부터 4일간 부산공장을 ‘셧다운(가동 중단)’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노조의 요구가 이미 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사측도 강경하게 대치하겠다는 것이다. '셧다운'은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손실이 가중돼 근로자들에게 휴가를 쓰게 하고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이러한 파국을 맞이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 파업 여파로 지난달 암울한 성적표를 거뒀다. 내수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49%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르노삼성차의 내수와 수출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16.2%, 62.3% 감소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닛산 로그 생산량 중 2만 4000대 일본 큐슈공장으로 이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만료된다. 계속되는 파업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닛산은 로그 생산량 중 2만4000대를 일본 큐슈공장으로 넘겼다. 또 9월까지 예정된 로그 물량도 당초 10만대에서 6만대 수준으로 감축을 통보했다. 부산공장 가동률은 현재 70% 대까지 떨어진 상황이지만 로그 계약이 종료되면 50%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은 로그를 대체하기 위해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기에 처했다.

당초 프랑스 르노 본사는 XM3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노조의 잦은 파업 등으로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최근에는 스페인 공장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르노삼성이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지역 협력업체와 일자리에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인력을 비롯한 구조조정 실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파업 장기화는 지역협력업체에도 피해
무리한 요구에 걸핏하면 파업?...쉬운 해고 시대 앞당기나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회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감소와 고용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협력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 감소로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또 생산량 감소로 잔업과 특근, 교대근무가 사라지면서 고용유지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부산 매출 1위 기업이고 수출도 2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인만큼 이번 사태 장기화로 협력업체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유·무형의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르노삼성차 사태의 대한 우려와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8일 호소문을 통해 “새로운 수출 차종 물량이 미배정된다면 생산량 감소로 공장가동을 축소해야 하고 결국은 고용도 유지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노사 공멸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르노삼성차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이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며 “부품산업 생태계 붕괴와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경영진과 노조가 정상화를 이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노조는 귀를 닫았다. 지난 17일 주·야간으로 4시간씩 진행한 방식으로 19일에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