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가격 동결한 진라면에 복고 콥셉트로 중장년층 타깃

 

1990년대 초 단종된 농심 ‘해피라면’
1990년대 초 단종된 농심 ‘해피라면’

[컨슈머뉴스=오영주 기자] 농심이 신제품 ‘해피라면’을 내놓는다. 해피라면은 1990년대 초에 생산됐던 제품이다. 소비자가격은 개당 700원으로 간판 제품 신라면보다 약 20% 낮다. 경쟁사인 오뚜기의 진라면(750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는 한 묶음(5개)에 2750원으로 개당 500원대다. 이 역시 진라면 묶음보다 저렴하다.

업계는 농심이 오뚜기에 빼앗기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11년째 동결해 신라면보다 20~30% 낮은 가격에 판매하며 라면 시장에서 농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농심 프리미엄 라면대신 '저가제품'으로 중장년층 겨냥

농심이 ‘저가 라면’을 내놓는 건 30년 만이다. 농심은 1990년 이후 프리미엄 라면 출시에 매진했다. 1980년대 출시한 4대 주력 제품인 신라면(1986년), 짜파게티(1984년), 안성탕면(1983년), 너구리(1982년)가 탄탄하게 매출을 떠받치면서 굳이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2011년 ‘신라면블랙’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비싼 가격으로 내놓은 것도 선두 업체로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70%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4년 58.9%에서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이 기간 18.3%에서 25.9%까지 높아졌다. 오뚜기의 약진에는 진라면이 있다. 라면 가격을 2008년 이후 11년째 동결해온 오뚜기는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라면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 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0.5%포인트 차이로 따라잡았다. 지난해 컵라면 시장에선 진라면이 신라면을 앞질렀다.

농심이 이번에 내놓는 해피라면은 1982년 출시했던 제품명이다. 해피라면의 초기 행사 가격은 봉지면 기준 ‘5+1’에 2,750원이다. 편의점 판매 가격도 안성탕면(750원)보다 낮은 700원으로 책정했다. 신라면은 현재 대형마트에서 한 묶음(5개)에 3,380원에 팔린다. 개당 676원꼴이다. 진라면은 한 묶음(5개) 기준 2,750원으로, 개당 563원이다. 오뚜기는 그러나 ‘진라면 5+1’ 프로모션을 통해 통상 개당 458원에 판매해왔다.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되는 ‘가격 전략’도 주목된다. 오뚜기는 주력인 진라면의 저가 전략을 고수하면서 다른 신제품들은 프리미엄·고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오뚜기 ‘쇠고기미역국라면’은 대형마트에서 개당 1,300원(4개 한 묶음·5,300원)에 판매된다. 진라면(563원)의 2배를 훨씬 웃돌고 신라면(676원)의 약 2배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다른 제품 가격은 올리고, 프리미엄 라면도 꾸준히 출시하며 수익을 보전하는 대신 대표 라면인 진라면 가격은 낮춰 전략적으로 신라면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복고) 콘셉트를 적용해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라면으로,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라면으로 마케팅할 것”이라며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는 만큼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특정 타깃 잡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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