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료 등 재정지원으로 억제 / 상승률 0.5%P 끌어내린 셈
수요 부진, 경기 활력 하락 등 경기둔화로 해석될 수 있어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지난해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을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나친 물가 상승을 재정을 풀어 막는 게 서민 가계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을 때에도 개입하는 것은 전체 물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였으나 ‘관리물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에 육박했다. 관리물가 때문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가량 낮아졌다는 얘기다.

관리물가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의 가격지수를 뜻한다.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의 공공부문이나 열차요금, 도로통행료와 같은 필수재, 의료·교육·보육료, 버스·택시요금, 통신비 등과 같이 정부가 보조금의 형태로 재정을 지원하는 민간부문 등이 관리물가품목에 해당한다.

관리물가품목은 40여개가 되는데, 이것들이 국민의 삶의 질, 사회적 후생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정부는 관리물가 대상 품목의 가격을 안정화하면서 전체 물가를 조정한다. 2016년 이후 관리물가는 0%대 내외의 낮은 상승률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가계의 생계비 경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국립대 입학금을 폐지하고 사립대 입학금은 축소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 지역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추진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 4분기에는 관리물가를 제외했을 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 수준까지 치솟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 4분기 1.8%였다. 한은 관계자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3분기 물가상승률은 0.7%포인트, 4분기는 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요자 측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였으나 관리물가 영향을 빼고 보면 1.5%로 0.3%포인트 더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과 같이 물가상승률이 낮을 때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더 꺾는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의 중요 변수 중 하나인 물가 흐름 판단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까지 내려가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밑돌자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목표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그동안 한국은행과 정부가 추진해온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부양책이 수요 증가와 경기 활력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4%, 현대경제연구원은 1.7%로 각각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늘어 소비가 활성화되지만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이라면 가계 씀씀이가 쉽게 늘지 않는다. 물가 하락은 소비자들에겐 청신호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수요가 부진하고 경기 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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