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3년 지나 현장조사 진행 증거인멸 방치 ‘직무유기’”
공정위, “사실무근,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해 검찰 고발한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직 간부가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 공정위 고위 간부들을 유한킴벌리 등 조사 대상 기업에 대한 '봐주기' 혐의로 대거 검찰에 고발했다.

15일 공정위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직무배제' 상태에 있는 공정위 유선주 심판관리관(국장급)은 최근 검찰에 김상조 위원장과 지철호 부위원장, 채규하 사무국장 등 공정위 직원 10여 명을 기업 담합 행위를 인식하고도 늑장조치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유 국장은 고발장에서 “공정위가 2014년 김앤장 소속 유한킴벌리측 변호사가 자진신고서를 받아 시효가 임박한 것을 알았음에도 3년이 지나서야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등 증거인멸을 방치했고, 본사의 강압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리니언시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공정위원장 내부고발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유 국장이 김 위원장 등 공정위 관계자를 직무유기, 직권남용,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에 배당했다.

피고발인에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지철호 부위원장(차관급), 채규하 사무처장(1급) 등 공정위 수뇌부와 기업 담합 사건 조사를 담당하는 카르텔조사국 소속 간부 등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3년 지나 현장조사 진행 증거인멸 방치 ‘직무유기’”

고발인인 유 국장은 유한킴벌리의 담합 사건에 대한 지난해 2월 공정위의 조치를 문제 삼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41건의 정부 입찰을 담합한 유한킴벌리와 대리점 23곳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담합 가담자가 먼저 자진신고하면 처벌을 면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유로 ‘을’인 대리점만 처벌받았다.

이에 대해 유 국장은 김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수뇌부가 유한킴벌리 등 기업들의 담합 행위를 인식하고도,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야 사건을 처리해 형사처벌을 피하도록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고발장에는 당시 공정위가 ‘늑장 조사ㆍ처분’ 등으로 유한킴벌리의 책임을 면하게 해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2014년 김앤장 소속 유한킴벌리 측 변호사로부터 500여쪽 분량의 자진신고서를 받아 시효가 임박한 것을 알았음에도, 3년이 지나서야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등 증거인멸을 방치했고, 본사의 ‘강압’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리니언시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10~2013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담합행위들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버려 어차피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유 국장은 “지난해 2월 유한킴벌리 사건 처리의 부당함을 김 위원장에게 상세 보고했지만 도리어 권한을 박탈당하는 등 내부 해결이 불가능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담합 사건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종결되는 관행을 지적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 국장이 김 위원장의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해 검찰 고발의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앞서 유 국장은 공정위 조사 부실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와 갈등을 겪다가 지난해 10월 직무에서 배제를 당했다. 유 국장은 이에 반발, 지난해 11월 초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공정위, “사실무근,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해 검찰 고발한 것”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형사제재 강화와 공소시효를 지키라는 주문을 (조직에) 강조해왔다”면서 “늑장조치를 했다는 (고발장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리니언시는) 시효에 임박해 자진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발장에 담긴 기간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때는 2017년 6월이다. 유 국장이 김 위원장의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해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사가 자진신고한 사건으로 리니언시된 것이기 때문에 조사를 일부러 피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리니언시 사건은 공소시효하고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