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가구는 난방비 ‘0’원, 이웃은 평소 요금에 2배 이상
'계량기 고장' 주인이 모르고 방치했나, 조작했나.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2014년 배우 김부선 씨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진 ‘난방비 0원 아파트’ 사건이 일어난 지 5년, 당시 상황과 같은 난방이 0원 사태가 또 불거졌다.

1,800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에서 이 겨울에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900가구에서 난방비가 또 ‘0’원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난방비가 나온 가구 중 12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보면 사용량이 1년 전과 같은데도 19만원 가량 나왔고 2배 넘게 나온 집도 부지기수였다.

난방비가 많이 나온 이유에 대해 관리사무소는 “난방비가 아예 0원 나온 집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총사용량은 비슷한데, 0원이 나온 집이 많다 보니 나머지 가구의 단가가 올라가면서 난방비가 많이 나왔다는 것.

"난방비 0원, 자석으로 조작 가능“

[YTN 보도화면 캡처]
[YTN 보도화면 캡처]

 

그렇다면 왜 0원이 나왔을까. 이유는 계량기였다. 이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외부에 있는 검침기로 난방 사용량을 측정한 것. 하지만, 검침기에 아예 불이 들어와 있지 않은 세대가 다수였다. 계량기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겨울 0원이 나왔던 한 집은 계량기 건전지를 교체하자 올해 15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이는 새로 설치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고장이 났거나, 일부러 방치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주장도 나왔다. 계량기 옆에 자석을 붙이면 난방을 써도 수치가 안 올라간다는 것이다. 즉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2012년 이후에 나온 계량기들은 자석을 붙여도 계량기 수치의 조작이 불가능하다. 오래된 아파트가 문제인데 이걸 바꾸려면 주민 동의를 받아야 된다. 계량기를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9억 원.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 과거 난방비를 기준으로 0원이 나온 가구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일부 주민이 반발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잇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배우 김부선씨가 난방비 0원 아파트 사건을 공론화 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난방비 0원이 나오는 아파트는 전국에 11만여 가구다.

당시 경찰과 정부, 국회까지 나서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5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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