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협상자 배우 이영애씨, 사전회생계획안 마련 중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여성전문 제일병원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체불임금은 오는 4월까지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제일병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ARS) 제도를 이용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1~2일 안에 채권자의 채권 추심과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ARS 제도는 법원이 회생절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채무자가 영업활동을 하면서 채권자들과 자유롭게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는 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부여하는 제도다.

이재곤 제일병원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현시점에서 병원을 정상화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더는 병원 운영이 어렵고 회생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 명령도 함께 진행해 더는 병원에 가압류가 이뤄지지 않도록 법적장치를 하겠다"며 "최우선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묶인 자금을 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곤 이사장은 "병원은 새로운 투자의향자와 여러 각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생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P-Plan)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병원은 병원 인수자로 나선 이영애 컨소시엄과 사전회생계획안을 마련 중이며, 올 2월쯤 법원에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영애 컨소시엄에는 배우 이영애씨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밥누스'(BOBSNU)를 설립한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바이오업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재곤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공개한 사전회생계획안 내용을 보면 건보공단에 압류된 요양급여비용(의료서비스 대가)를 풀어 자금을 확보한 뒤 올 3월부터 4월까지 체불임금과 퇴직금, 4대보험료를 모두 지급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에 압류된 제일병원의 요양급여비용은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은 2018년 3월 외래 및 건강증진센터 진료를 정상화하고 의료진 채용공고도 낼 예정이다. 또 여성질환 외에 재활과 요양병원 등 만성질환 치료를 특화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제일병원 한 직원은 "직원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체불임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사전회생계획안이 계획대로 추진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 설립자인 고 이동희 박사의 장남인 이재곤 이사장은 현재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 증·개축 공사비 명목 등으로 3차례에 걸쳐 1000억원대 담보대출을 받았고, 그중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일병원은 저출산 여파에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2014년 5천490건, 2015년 5천294건, 2016년 4천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여기에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악화했고, 지난 6월에는 노조가 임금 삭감을 거부하며 전면 파업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다. 6월에 취임한 신임 병원장마저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해 현재 병원장은 공석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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