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국가에서 '부의 불평등 상태'에 큰 불만 제기 없어

[컨슈머뉴스=바비 더피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 교수] 최근 빈부 격차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한 연구자료가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공공정책 교수이자 동 대학 정책연구소의 소장이며 입소스 사회연구원의 글로벌 디렉터인 바비 더피 교수는 입소스의 '인식의 위험'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연구 결과, 부의 비중에 대해 실제 사람들이 생각하는 차이가 큰 국가들과 실제 부자가 얼마나 가져야 하는지의 결과와 실제 보유 비중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상위 1%가 가진 부는 국가 전체의 부의 23%로 같았다. 그러나 영국 국민들은 상위 1%가 국가 전체의 부의 59%를 갖고 있다고 여겼고 프랑스 국민들은 56%라고 생각했다. 또 러시아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상위 1%가 53%의 국부를 갖고 있다고 여겼지만 러시아 상위 1%는 국부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빈부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나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는 국민성과도 연결되는 부문이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자료라 지면을 구성했다. <편집자 주>

작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최근 전세계의 정치권에서 볼 수 있었던 극명한 분열을 마찬가지로 보여주었다.

미국의 하원과 상원은 이제 각각 다른 정당이 통제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은 일련의 경합들이 시골, 도시 근교, 도시 지역간 격차와 인종, 경제적 지위의 격차에 의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최근 점증하는 경제적 불평등이 민주주의와 발전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와 이것이 어떻게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말했다.

나는 그의 우려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의 집중 경향은 더욱 심화됐다. 단지 미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2017년, 국가별 통계로부터 신뢰할 만한 부의 측정을 하게 된 이래 처음으로 상위 1% 부자가 나머지 99%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게 됐다.

그러나 설문 연구자들이 사람들에게 상위 1% 부자가 각자의 나라에서 부를 얼마나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여기는지 물어봤을 때 사람들의 답은 실제와 크게 벗어나 있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입소스의 '인식의 위험'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수퍼리치'들이 가진 부의 비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의 차이가 큰 국가들을 순서대로 정렬했다.]
['수퍼리치'들이 가진 부의 비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의 차이가 큰 국가들을 순서대로 정렬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그 격차는 가장 심했다. 두 나라 모두 상위 1%가 가진 부는 국가 전체의 부의 23%로 같았다. 그러나 영국 국민들은 상위 1%가 국가 전체의 부의 59%를 갖고 있다고 여겼고 프랑스 국민들은 56%라고 생각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부의 집중도를 오히려 과소평가하고 있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상위 1%가 53%의 국부를 갖고 있다고 여겼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 국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더 심했다. 러시아 상위 1%는 국부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보다 세 배나 높다.

미국 또한 이 연구에 포함된 선진국 중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국가로 상위 1%가 국부의 37%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국민들의 추측은 프랑스와 미국과 비슷한 57%였다.

그럼 왜 우리의 추측은 현실과 이렇게 동떨어진 걸까?

우리가 팩트를 모른다는 것보다는 우리의 감정적인 반응의 문제가 더 크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는 문제라는 걸 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겪고 있는 빈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사치스러운 삶에 대한 생생한 일화들도 주기적으로 듣는다. 우리가 이를 의식하는가와는 별개로 우리는 이것이 크고 심각한 문제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불평등의 문제는 우리 마음 속을 크게 차지하고 있고 우린 말그대로 수치를 과장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감정적 수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숫자를 물어볼 때 원인과 결과는 양방향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단지 우리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미 걱정하는 문제의 규모를 부풀린다.

감정적 수맹은 중요한 결론을 가리킨다. 우리가 실상황을 잘못 인식하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감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지 팩트를 잘못 알고 있다는 걸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런 지적은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상을 잘못 인식하는 것은 무지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안에 내재한 태도와 믿음에 따라 생겨나는 세계관 때문인 경우가 잦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상위 1%가 얼마나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이는 매우 흥미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첫째로 사람들은 대부분 부의 완전 평등한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상위 1%가 부의 14%(이스라엘)에서 32%(중국) 정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나 부의 완전한 분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영국은 이런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컸다. 영국 국민의 19%가 상위 1%는 오직 1%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러시아로 국민의 18%가 같은 답을 했다.

[수퍼리치가 얼마나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과 실제 보유 비중의 차이 순으로 배치했다.]
[수퍼리치가 얼마나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과 실제 보유 비중의 차이 순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둘째로, 우리가 불평등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와 실제 불평등의 수준을 비교해 보면 바로 이런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현재의 부의 불평등 상태에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 국민들은 상위 1%가 27%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프랑스의 상위 1%는 '겨우' 23%를 갖고 있다.

이를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평등'을 국가적 가치의 하나로 내세우는 프랑스가 부자들에게 좀 더 주자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우린 앞서의 설문에 의해 사람들이 '실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고 있다. 프랑스인은 평균적으로 상위 1%가 국부의 56%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프랑스인들이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은 최상위층이 현재 갖고 있는 것의 절반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과 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들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된다. 우리는 경제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사람들에게 묻기 전에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실제를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를 모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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