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교수 878명 설문…文정부 개혁의지 당부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 '임중도원'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를 모토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에 들어섰다.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에서는 나름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반감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사회경제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기조는 아직까지 레토릭에 가깝게 느껴지고, 재벌·부동산·노동·복지·세제 등 분야에서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게만 보인다. 

정치와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한 지금 문재인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교수들은 과연 이런 한 해를 어떤 사자성어로 집어냈을까.

2018년‘올해의 사자성어’로‘任重道遠’(임중도원)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8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8.8%(341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을 선택했다고 지난 달 24일 밝혔다. 

‘임중도원’은『논어(論語)』태백편(泰伯篇)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임중도원’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철학과)는“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부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내외 반대세력이 많고 언론들은 실제의 성과조차 과소평가하며 부작용이나 미진한 점은 과대포장하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짐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임중도원의 경구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 관료들에게 던지는 바이니 숙지하고 분발하기 바란다”며 현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행태에 불만을 나타낸 지적도 있었다.

나머지 사자성어 후보에도 문재인정부의 개혁에 대한 소회가 반영됐다. 임중도원 다음으로 많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밀운불우’(密雲不雨)였다. 23.9%(210명)의 선택을 받았다. ‘구름은 가득 끼어 있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건은 조성됐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빗댄 말이다. 밀운불우는 2006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적 있다. 밀운불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다시 추천한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남북정상회담과 적대관계 종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합의, 소득주도성장 등 대단히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막상 구체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고 희망적 전망에만 머물러 있는 아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추천한 ‘공재불사’(功在不舍)는 15.3%(134명)가 선택해 3위에 올랐다.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뜻으로 ‘순자’(荀子)에 나오는 구절이다. 투철한 개혁의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계속 개혁에 매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행여 정부가 계속 밀어 붙이다 보면 효과가 날 것이란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 모두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4위는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다’는 뜻의 ‘운무청천’(雲霧靑天)이, 5위는 ‘왼쪽을 바라보고 오른쪽을 돌아다보다’는 뜻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차지했다. 각각 11.2%(98명)와 10.8%(95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골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0명의 예비심사단이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20개 가운데 5개를 골라 본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선정은 1단계로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의 추천을 받고 2단계 본 설문에 앞선 예비심사(pilotest)를 거쳐, 3단계 전국교수 대상의 본 설문으로 진행됐다. 기준은 쉽고, 친숙하고, 세태를 정확히 반영한 성어를 골라내는 걸 목표로 했다.

한편, 2017년에는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라는 뜻의 ‘파사현정’의 사자성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6년에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가 선정된 바 있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