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갑시다] 연봉 1억도 최저임금 위반 될 수 있다
[알고 갑시다] 연봉 1억도 최저임금 위반 될 수 있다
  • 김충식 기자
  • 승인 2019.01.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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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연봉이 수천만 원인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이상한 계산식>때문에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그러나 이 이슈는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대충 덮어놨던 비합리적인 관행들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라고 가정하자. 김 대리는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한다. 김 대리의 근로시간은 1주일에는 40시간 한 달이면 174시간이다. (174시간은 보통 노무사들이 1달 근무시간을 표현할 때 쓰는 시간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라면 김 대리를 고용한 박 사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김대리에게 174 만원은 반드시 줘야한다. 이를 안주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김 대리에게 174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경우들이다.

1. 월급은 최저임금 이하이지만, 격려금을포함하면 최저임금 이상일 때

예를 들면 박 사장이 김 대리에게 월급으로 150만 원(최저임금 미만)을 주고 김 대리가 일을 잘할 때마다 50만원씩 줬다고 가정해보면, 김 대리가 일을 잘해서 거의 매일 50만원씩 이런 격려금을 받아서 1년간 박 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4억 원이 넘었더라도 이건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매월 150만원씩 지급하고 그 대신 연말에 회사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로하고 실제로 1억 원의 인센티브(성과급)를 받았더라도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인센티브나 격려금은 못 받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돈이기 때문이다.

2. 월급은 최저임금 이하이지만,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최저임금 이상일 때
 
  김 대리에게 월급으로 150만 원만 주고 50만 원은 교통비와 점심 식대 명목의 복리후생비를 줬다면 이 역시 김 대리가 받은 돈은 200만 원으로 174만 원 이상이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 복리후생비는 회사가 실물로(통근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실제 구내식당에서 밥으로) 줘야 되지만 편의상 돈으로 주는 사실상 물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3. 월급은 최저임금 이하이지만, 격월 상여금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이상일 때

  김 대리에게 월급으로 150만 원을 주고 홀수달마다 상여금으로 100만 원씩 줬다면 월평균 200만 원을 지급한 것이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임금이란 ‘매월 1회 이상 정기 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기업들이 반발하는 첫번째 포인트이다. 줄 돈 다 주는데 무슨 최저임금법 위반이냐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다) 그래서 매월이 아닌 2~3개월에 한 번씩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여전히 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그런 상여금이 많고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은 적은 일부 기업은 연봉총액은 수천만 원이 넘어도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기업들은 정 그게불만이면 근로자들에게 “월급”또는 “기본급”이라는 명목으로 주면 되지 왜 정기상여금이니 체력단
련수당이니 다양한 이름의 수당으로 지급할까. 그건 그렇게 해야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은 통상금의 1.5배를 주도록 되어 있는데 <그냥 월급>이 아닌 이런 저런 명목의 수당은 그런 통상임금에서 빼고 계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주휴수당 꼭 줘야 하나?
이게 요즘 제일 뜨거운 이슈다. 바로 주휴수당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가 1주일을 펑크 내지 않고 일을 하면 하루 일당을 추가로 주는 주휴수당이라는 제도가 있다. 시간당 1만 원을 받고 매일 8시간씩 5일을 일한 김 대리는 그래서 8만 원을 주휴수당으로 더 받는다. 김 대리가 땀흘려 일한 시간은 40시간이고 최저임금도 1시간당 1만원이지만 48만 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래서 김 대리가 한 달 동안 땀 흘려 일한 시간은 174시간이지만 174만원만 주면 안되고 주당 8만 원의 주휴수당을 더해서 209만 원을 줘야 한다. 문제는 박 사장이 김 대리에게 월급으로 가령 200만 원만 줬을 경우 최저임금법 위반이냐 아니냐 여부이다.

노동부는 174시간만 일한 김 대리라도 209시간어치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게 근로기준법이니 209시간어치의 임금을 줘야하는데 209만 원이 아닌 200만 원만 줬으니 최저임금법 위반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박 사장이 이 문제를 법원에 호소하면 법원은 박 사장이 무죄라고 판결해 왔다. 174 시간을 일했으니 174시간어치의 임금을 줬으면 최저임금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휴수당의 추가 지급 여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로 다툴 일이지 그걸 안줬다고 최저임금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바꿔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이 고 월 174시간만 일했어도 209시간어치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고친 것이다. (기업들이 반발하는 두번째 포인트다. 왜 법원의 판결 취지는 174시간어치만 주면 된다는 건데 왜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저항하느냐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래야 정부의 지침과 법원 판결이 자꾸 충돌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결론 :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번에 법이나 규정이 크게 바뀐 건 없다. 그간 노동부의 일종의 ‘내규’ 였던 것이 ‘시행령’이 됐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정부는 일관되게 해석해 왔다는 얘기이다. 다만 법령의 표현이 모호해서 법원 판결이 다르게 나왔을 뿐이다. 물론 모호한 법령을 어떤 식으로 바꾸느냐의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사실은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고용주의 부담이 커졌으니 주휴수당을 안줘도 되게 해주든지 각종 수당과 상여금도다 임금인 걸로 봐주든지 어떻게든 좀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