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컨슈머뉴스=주종빈 기자] 대법원이 지난 달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판례를 변경한 가운데, 징병제에 반대하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남성들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계속해서 무죄로 선고될 공산이 커졌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16년 10월 징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A씨(22)의 상고심 사건을 지난해 9월부터 심리 중이다.

A씨는 “(한국에선)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았고, 대체복무제라는 선택권이 없다”며 현재의 징병제가 위헌이라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논리를 폈으며, “병사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헌법상 근로권·재산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1·2심은 당시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라 “국방·병역의 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또 병사의 급여가 최저 임금에 못 미치더라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2012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근거해 A씨의 최저임금 관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이 대법원은 지난 1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형사처벌을 피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A씨 재판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문재인 대통령 임명)은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해선 안 된다는 다수의견에 손을 든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며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대법원 재판부가 A씨의 징병제 반대신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정한 양심은)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 영향 아래 있으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文임명 대법관 7명 전원 무죄 ‘몰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4년 만에 뒤집어질 수 있었던데는 대법관 구성 변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7명 전원이 ‘무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선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다수의견을 낸 8명 중 김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박정화·조재연·민유숙 대법관 등 6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그중 찬성 의견을 낸 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이동원 대법관도 별개의견을 냈지만 무죄 취지 판단은 같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7명 전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다” 는 결론을 내며 9(무죄)대 4(유죄) 의견을 끌어낸 셈. 반면 이전 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소영 대법관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유죄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김소영 대법관과 이기택 대법관은 “대한민국 남성이 입영처분을 받는 19세까지 학교생활 외에 양심에 관해 외부로 드러낼 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며 “양심이 진정한지는 형사 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비판 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조희대 대법관도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