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들은 학교에 자퇴서 제출
자퇴 처리되면 전교 1등 성적 유지
학부모들 반대의견내지만 학교는 교문 걸어잠거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됐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됐다.]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서울 숙명여고 쌍둥이 딸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교무부장 A씨(53세)가 지난 6일 밤 구속됐다. 경찰은 A씨가 1년 동안 지필평가 시험문제와 정답, 풀이과정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A씨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기 5일 전 교무실에서 야근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이 때 교무실에 보관하고 있는 이원목적분류표가 들어있는 금고를 몰래 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원목적분류표란 정답과 채점 기준, 문제 난이도 등이 설명된 서류를 말한다.

경찰은 A씨가 이원목적분류표를 통째로 유출해 쌍둥이 자녀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출제교사가 실수로 올린 오답을 쌍둥이 자녀가 9차례나 그대로 적어낸 것을 유력한 이유로 들고 있다. 이런 사실은 작년 2학기부터 올해 1학기까지 1년간 시험 결과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지난해부터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례로, 쌍둥이 자녀는 한 화학 시험에서 풀이 과정을 정확히 쓰고서도 답은 똑같은 오답을 적어냈다. 출제교사가 이원목적분류표에 오답을 적어냈는데, 그 오답과 쌍둥이 자녀가 적어낸 오답이 일치한 것이다. 경찰은 출제교사가 정답을 정정하기 전에 유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이 제시한 문제 유출 정황은 또 있다. 경찰은 쌍둥이 자녀의 휴대전화에서 답안 유출로의심되는 데이터 10여 건을 찾아냈다. 또한 집에서도 손글씨로 적힌 일부 과목 시험의 정답 메모도 발견했다.

사건과 관련해 A씨는 "시험지나 정답을 복사하거나 사진으로 찍은 증거가 없는데도 경찰이 정황만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자녀 중 한 명은 경찰의 반복적인 추궁으로 정신과 진단을 받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되자 쌍둥이 딸들은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되자 쌍둥이 딸들은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앞서 A씨의 쌍둥이 자매는 A씨가 교무부장으로 있던 숙명여고에 입학해 지난해 1학년 1학기에 각각 59등과 121등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2학년 1학기에는 각각 문·이과에서 전교 수석을 차지하며 성적이 급상승했다.

한편, 전 교무부장 A씨가 구속되자 쌍둥이 자매는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는 학교가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신우 숙명여고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쌍둥이 자매는 (이대로 학교를 졸업한다면) 성적이 원상 복구돼 좋은 학교에 지원할 수 없고 학교생활기록부에 ‘답안지 유출범죄’ 기록이 남을까 우려해 자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자녀는 쌍둥이 자매와 같은 학년인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대표는 “학교는 교문도 걸어 잠그고 학부모와 소통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퇴서 제출과 관련한 학교의 의견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며 “A씨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부터는 학교와 소식이 완전히 끊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5일 전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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