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제현정]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미 FTA 개정협상에 서명을 했다. 이번 개정협상은 원 협상에 비해서는 덜 했지만 국내 농축산업계의 우려 때문에 공청회를 두 번 개최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게다가 추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미 FTA 협정을 파기하는 서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책상에 올려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로 시작된 만큼 우리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된 협상이지만 다행히도 3차례 협상만으로 원칙적 합의가 도출되었다.

일반적으로 무역협상의 결과를 평가할 때는 경제적인 득과 실을 따지기 마련이다. 상대방 국가에 대한 시장접근 개선이 득이라면 우리의 시장 개방에 따른 불가피한 피해는 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의 결과는 협상 내용상의 득과 실만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 방위 통상 압박의 일환으로 한미 FTA의 개정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얼마나‘최선의 방어’를 했느냐를 평가의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은 미국의 명분을 살려주면서도 우리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데 있어 성공적인 방어전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최근 NAFTA를 개정하여 새롭게 탄생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Agreement)의 협상 결과와 비교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협상 개시 이전에 가장 우려했던 바는 우리가 아직까지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일부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 가속화 요구나 자동차 분야에서의 무리한 요구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최종 협상 결과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사항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단,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이 자국 자동차의 수출을 증가시키는 한편 한국 자동차의 수입은 제한하기 위한 요구 사항을 우리가 수용해주었다. 미국은 픽업트럭에 대해 25%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한미 FTA의 양허에 따라 2021년에는 관세를 철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협상을 통해 이 기간을 20년 연장시켜 2041년에나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현재 우리가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예정되어있던 2021년 관세철폐를 겨냥하여 픽업트럭 수출을 준비했던 기업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일 것이다. 한편, 한국 시장에 대한 자국 자동차의 시장 접근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미국이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 관련하여 요구한 사항들도 수용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한도를 제작사별 연간 기존 25,000대에서 50,000대까지 늘렸다. 자동차 분야의 합의 내용은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분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미국의 협상 목적에 부합될 수 있으면서도 우리 업계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이 요구한 개정협상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측 관심사항도 개정에 반영시켰다. 한미 FTA 타결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투자자-국가 분쟁(ISDS: 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 조항을 일부 개정하여 투자자가 ISDS 제소를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시키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이 보호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외에 최근 우리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무역구제조치와 관련하여 절차적 투명성을 개선시키는 규정도 반영되었다.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와 미국과 중국간 통상분쟁이 지속되고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의 조기 타결은 우리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완화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32조 조치와 관련하여 우리가 개정협상을 통해 이미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와 요구를 충분히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발전적인 한미 통상관계를 위해 한미 FTA 개정협정이 조속히 국회비준 절차를 마치고 발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제현정 박사 /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박사 /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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