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여행사 잇단 부도에 여행 예약 고객 ‘불똥’

[컨슈머뉴스=오정희 기자] 여행업계가 최악의 가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여행 수요 급감으로 경영 기반이 취약한 중소 여행업체들이 연이어 부도가 나면서 사전예약에 나선 여행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항공권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탑항공(대표 유봉국)’이 지난 1일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탑항공은 항공권 판매 순위 20위권 여행사로,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예약해둔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탑항공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청을 통해 1일 탑항공의 폐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탑항공 홈페이지에도 폐업 소식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왔다. 홈페이지에는 “경영 악화로 부득이 폐업하게 됐다”며“피해를 본 고객은 영업보증보험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만 나와 있다.

피해를 본 고객은 KATA가 운영하는 여행불편처리센터(1588-8692)에 피해 사실을 접수해야 한다. 10월 중순까지 홈페이지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피해 구제 방법이 안내될 예정이다. 피해 상황은 앞으로 2달 접수할 예정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2달 뒤에나 알 수 있을 전망이다.

2016년 문을 연 `더좋은여행`도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선을 다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대내외적인 경영 악화로 법인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좋은여행은 다수의 홈쇼핑과 위메프 등의 유통업체를 통해 동남아·인도·중국·유럽 등의 여행 상품을 판매해 온 중소 여행사다.

문제는 사전예약한 소비자들이 하소연할 창구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유선상 연락과 방문 연락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공지를 통해 밝혔고, 피해보상 관련 문의는 이메일을 통해서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11월 출범한 `e온누리여행사`도 문을 닫았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 "경영 악화로 9월 3일 폐업하게 됐다. 금전적·정신적으로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며 "현금 결제 구제신청은 한국여행협회 홈페이지에 접수를 하면 심의 후 구제 받을 수 있으며, 카드결제는 해당 카드사에 결제 취소하라"고 공지했다.

NS홈쇼핑 입점 계약을 통해 작년 11월 패키지 여행사로 출범한 e온누리여행사는 올 6월까지 약 반년간 10회 방송을 진행하면서 여행족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알뜰 여행족들이 많이 찾는 NS홈쇼핑·SK스토아·위메프 등을 통해 중국 장자제, 베트남 호찌민, 다낭 여행상품 등 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해 피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판매 플랫폼을 제공한 홈쇼핑이나 오픈마켓도 비상이 걸렸다. e온누리여행사 상품을 주로 판매해온 NS홈쇼핑·SK스토아·위메프는 모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상권을 전제로 환불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행업협회는 헌재 e온누리여행사 고객들의 피해구제 신청을 받고 있다.

영세중소여행사뿐만이 아니다. 대형사들도 영업난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마케팅 예산 등 제반 비용 절감에 들어갔고, 다른 중대형 여행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사장은 "영업 성적은 올 1분기부터 이미 정점을 찍었다. 패키지 여행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경영 기반이 취약한 소형업체들은 더욱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양무승 KATA 회장은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항공권 유통구조의 변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여행사의 공략 등 복합적 요인으로 국내 여행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며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맞게 국내 여행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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