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현대백화점이 건자재 빅3 중 하나인 한화L&C 인수를 검토하면서 KCC와의 기묘한(?) 상관관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업규모만 놓고보면 건자재 부문에서 KCC의 영향력은 한화L&C보다 더 크다. 하지만 범현대가로 불리는 현대건설ㆍ현대산업개발ㆍ현대차ㆍ현대중공업 등에서 KCC에 발주해 생긴 이른바 ‘독점물량’이기 때문이다.

KCC그룹은 크게 KCC(건자재ㆍ도로)ㆍKCC건설(토목사업)ㆍ코리아오토글라스(유리) 등으로 나뉘어진다. 이들의 제품 상당량이 ‘범현대가’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캡티브’라 불리는 이 물량이 KCC 전체 매출ㆍ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KCC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이 물량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평가해왔다.

다수의 리포트에서 “현대건설ㆍ현대차ㆍ현대중공업 등 대형 캡티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KCC가 가진 최대 강점”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범현대가의 물량이 적지 않을 것이란 유추도 가능하고 결국 KCC가 범현대가에 소속된 유일한 건자재 업체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한화L&C가 또 다른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에 인수된다면 이제 범현대가로서는 물량을 챙겨줘야 할(?) 회사가 하나 더 생기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간 KCC가 누렸던 범현대가 물량이 행여 한화L&C로 이동되면 곧바로 KCC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집안 가계도를 보면 더 애매하다. 촌수로 따지면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훨씬 ‘웃어른’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에게는 작은 할아버님이 되는셈. ‘몽’자 돌림인 정몽진 KCC 회장은 정지선 회장의 5촌 당숙이다. 그러니 작은 할아버님과 당숙어른이 하고 계신 사업에 집안 아랫사람(?)이 뛰어들어 경쟁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백화점이 가계도를 감안해서 양보할 상황도 못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집안어른’을 위해 사업을 포기하느니 하는 안이한(?) 판단이 나올 경우 사업 자체는 둘째치고, 주주나 투자자들의 비난과 살망감이 엄청날 수 있다는 것. 즉“집안어른만 걱정하고 주주와 회사의 미래는 걱정하지 않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올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으로서도 “범현대가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막강한 M&A 이점을 그냥 놓아버릴 수도 없는 모양새다.

따져보면 유통 대기업인 현대백화점이 건설현장에서나 쓰이는 타워크레인 회사(에버다임)를 인수한 것도 범현대가 건설물량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M&A가 정리되려면 집안회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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