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에 정부의 개입은 적을수록 좋아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지난 24일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다. 추석 즈음에는 대부분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기도 하고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겁게 보낸다. 이때는 사실 대부분의 곡식이나 과일들이 익지 않은 상태다. 추수를 하기 전, 농사의 중요 고비를 넘겼을 때 미리 곡식을 걷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추석의 본 의미이다. 여름 농사일은 이미 끝냈고, 가을 추수라는 큰 일을 앞두고 날씨도 적절하니 성묘도 하고 놀면서 즐기는 명절이었던 셈이다.

요즘에는 추석에 마트나 시장에서 음식 재료를 사가기도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사가지고 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까운 마트에 가면 혼자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1인용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전통 시장도 마찬가지다. 물건 가격을 흥정하며 더 깎아 달라는 사람도 있고, 더 달라고 얘기 안해도 더 넣어주시는 훈훈한 할머니들도 계시다.

한국인이 갖는 정서에서 추석의 풍경은 언제나 정겹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 어른이 있는 곳에 가서 인사드리러 가면 사과나 배 같은 과일 한 박스를 주변 마트로 가서 사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 계시는 집에 갈 때 선물꾸러미 없이 빈 손으로 가는게 아니라고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워왔던 필자에겐 더욱 그렇다.

마트는 편하게 물건들 구경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담아 구매하는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주차 걱정안해도 되니 말이다. 구매의 형태가 어떠하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지난 추석 전날인 일요일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추석 전날 미리 장을 보려고 간 마트가 쉬는 날이었다. 추석 전날 마트가 휴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대형마트에게 의무 휴무일이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인 것은 알았지만, 추석 전날 의무휴무일을 지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전날은 업계 1위 이마트 기준 일평균 100만명 이상 고객이 몰린다고 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합하면 250만명 이상 고객이 추석 전날 마트를 찾는 셈이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추석 바로 전날이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에 따라 60%가 넘는 점포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올 추석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일을 하다보면 주변사람들한테 가끔 듣는 말이 있다. “당신은 참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어”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난 법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헌데 꼭 그렇게 좋은 것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체 춧석 전날 마트를 쉬게 하는법이 일반 국민, 소비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평소에도 안가는 재래시장을 의무휴무일로 지정해서 그 날은 마트가 아니라 재래시장에 가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가끔은 갈 수 있겠지만 차로도 20분은 더 가야하고 주차하기 힘든 재래시장을 가는 날을 만들어 놓는게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로서 좀 더 편하게 소비하고 구매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업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한다. 시장이나 마트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형마트라고 정부가 의무휴업하라고 정해 놓을게 아니라 서로 소비자를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재래식 시장 가지 말라도 갈 것이고, 서비스가 형편없고 제품도 나쁘고 가격만 비싸다면 가라고 해도 당연히 안갈 것이다.

법적으로 정해놓을게 아니라 시장의 논리에 맞기는게 훨씬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앞으로 명절처럼 구매를 해야 할 때면 의무휴업일 아닌 토요일에 미리 장을 보도록 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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